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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마 국내엔 개봉도 안 했을거다. 나온지는 좀 된 것 같은데. 2009년이었나?
원래 내가 좀비, 살인마, 괴수 이딴 게 나오는 영화를 참 좋아라 한다. 소위 B급 영화라는
것들은 대체로 이런 장르에 몰려있게 마련이라서.
진지하면 진지한대로, 정신이 나갔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좋다. 하지만 대체로 살인마가
등장하는 슬래셔물의 경우 무게 잔뜩 잡고 진지하게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상대적으로.)
이 영화 또한 진지무쌍한 영화 되시겠다.
슬래셔무비의 성패는 살인마의 개성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스토리는
대체로 거기서 거기이고, 간혹 독특한 게 하나 나오면 죄 따라하기 때문에... 캐릭터성과
연출을 제대로 해 주는 것만이 살 길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제목이자 살인마의 명칭이기도 한
콜렉터는... 글쎄, 일견 독특하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은 놈이다.
우선 이놈의 목적은 사람을 수집하는 것이다. 누군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수집'의 내용이
뭔지는 모른다. 영화는 그런 건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후속작이 나온다면 또 모르겠다.
작중 인물이 말하는 '그놈은 필요할 때가 아니면 죽이지 않아' 어쩌고 하는 내용이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고 볼 수 있겠다.
또 하나. 대체로 슬래셔무비의 살인마들이 뱀같은 간사함과 강철같은 체력, 초인적인 힘으로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스타일이 많은 반면 이놈은 함정 설치형 살인마다. 쉽게 말해 직쏘.
직쏘와 다른 점은 한 마디도 안 한다는 점, 멀쩡히 걸어다니며 필요하면 직접 칼질도 하고
총질도 한다는 점... 그리고 아무리 봐도 이놈은 쾌락살인마라는 점이 있겠다.
그리고 이놈이 설치하는 함정 중 알아채기 힘든 건 대체로 와이어를 이용한 건데... 아무래도
직쏘의 함정들보다는 퀄리티가 떨어진다. 사실 이놈의 특기는 함정설치 자체보다는 '감금'
에 있다고 하겠다. 영화 보면 안다.
마이클 마이어스와 직쏘를 합쳐놓은 것 같은 놈이지만 (마이클 마이어스처럼 가면을 쓰고,
말을 한 마디도 안 한다. 사실 가면은 레더페이스에 더 가까울테지만... 그리고 직쏘처럼 함정을
설치하고.) 둘 중 어느 누구의 포스에도 미치지 못한다. 뭐, 직쏘는 그렇다 치고 마이클 마이어스는
넘어서기 힘든 캐릭터니까.
아무튼 콜렉터는 흥미로운 놈이지만 썩 대단치는 않아보인다. 그냥 살인을 좋아하는 미친 놈으로
보일 뿐이라서. 예컨대 작중 '질'이라는 여자(Madeline Zima 분)의 섹스신이 나올 때 이놈은
구석에 숨어서 입맛을 다시며 훔쳐본다. 하지만 레더페이스, 제이슨 부어히, 마이클 마이어스 등의
클래식 살인마들은 그런 짓 안 한다. 사실 이런 건 살인마의 성격에서 성욕을 거세하여
폭력성으로 돌리는 장치라서... 뭐 그냥 결론만 말하면, 이 콜렉터란 놈은 너무 인간적이라는 거다.
뭐, 좀 더 연출 잘 하면 괜찮은 놈이 나올 수도 있겠다. 그리고 아무리 슬래셔 무비가 스토리보다
캐릭터가 중요하다지만, 영화인 이상 스토리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 내러티브가 훌륭하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평범하다. 음. 많이 평범하다. 피스트같은 정신나간 걸 보다가 이걸 보면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대체로 슬래셔무비에서 주인공은 파티를 이루고 대항하다가
내분을 통해서든 아니면 살인마가 너무 강력해서든 주인공만 남기고 몰살이라는 결과를 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서는 주인공 혼자만 사투를 벌이고 다른 희생자들은 그냥 말 그대로
희생자다. 주인공의 짐만 된다.
여기에서 문제가 하나 나오는데, 주인공은 그냥 평범한 도둑놈이다. 그리고 살인마는 그냥 살인마다.
그럼 다른 조연들이 뭔가 있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이 다른 조연들이 너무 몰개성하다.
전형적인 캐릭터가 몇 있긴 하지만, 그 전형성마저 보여줄 시간을 주지 않은 채 다 죽어버린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나온다. 분명 영화에서 이 살인마는 사람을 웬만해선 잘 안 죽인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발언자를 생각해보면 꽤 신빙성이 있다) 역시 그래서는 영화가 진행이 안 되는지
나오는 놈들마다 족족 죽여버린다. 물론 함정을 설치해서 죽이는 것이니 지가 알아서 죽어준
희생자도 있지만, 그 함정 수위를 생각해볼 때 함정을 통해서 희생자를 잡으려는 것 보다는
그냥 그 자리에서 죽여버릴 생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영화를 보면 안다.
또 하나.
주인공이 저택에 들어갔을 때에는 집이 멀쩡했다. 그리고 잠시 지나 이 콜랙터가 들어오고 나니
갑자기 천지사방이 함정 투성이가 된다. 문제는 이 함정이 톱니바퀴와 체인, 와이어를 이용한
고난이도 부비트랩이라든가, 곰덪 (엄청 크고 위험하다.)을 부엌 전체에 깐다든가 하는 호쾌하기
그지없는 스타일들 뿐이라는 거다.
뭐든간에 장치 세팅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탁자 하나 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저런 함정들을
삽시간에 집에 좍 깔아버릴 수 있다는 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미리 준비해놨다고 하면 되겠지만
(영화 내용을 보면 미리 준비한 건 확실하다) 그걸 감안해도 말도 안 된다.
하지만 그런 걸 다 신경쓰면 이런 영화 못 보겠지?
약간 혹평을 한 것 같긴 한데, 사실 그냥 약간의 고어한 장면과 적당한 긴장감, 흥미로운 트랩을
즐기기에는 괜찮은 영화다. 게다가 남자라면...
중간에 마델린 지마의 서비스신에서 가슴이 드러나는데 상당한 미유다. 후후후. 감상 포인트.
아,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 마델린 지마라는 여성분은 히어로즈의 등장인물 클레어에게 작업을 건
레즈비언 룸메로 나왔던 그분이다. 좀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몸매는 좋더라.
잡설이 많았는데, 토요일 저녁에 피자 먹으면서 보기에는 괜찮은 영화라고 평해주고 싶다.
아, 물론 이런 영화에 내성 없는 사람은 뭐 먹으면서 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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